"우리 '쿠바 김치' 보세요"

·  아바나(쿠바)=김미리 기자

[쿠바 한류 모임 '우정 클럽']
아바나에 200, 전국 1000 "한국말 예뻐서 이름도 지었죠"

"이렇게 소금물에 양배추를 넣고 72시간을 절여요. 그런 다음에 마늘과 멕시코 고춧가루로 버무린답니다. 이게 우리가 만든 '쿠바 김치'예요."

지난 24(현지 시각) 쿠바 아바나시() 벤다도 지역에 있는 건물 지하 1. '한국 미술의 우정 클럽(Club Amistad De Arte Coreano)'이란 어색한 한글 현판이 붙어 있는

입구를 지나가자 비좁은 공간에 쿠바인 40여명이 모여 김치를 만들고 있다. 비닐장갑까지 끼고 김치를 버무리는 폼이 그럴싸하다.

"
한국 배추는 없어서 양배추로, 고추는 멕시코산으로, 파는 양파로 대신해요." 아나 마리아(62)씨가 "맛이 어떨지 모르겠다" 쑥스러운 표정으로 '쿠바 김치' 건넸다.

한국 김치와는 사뭇 달랐지만 매운 맛은 원조를 누른다. "맛있어요!" 기자가 한국말로 말하자 그제야 함박웃음을 짓는다.

 

김치를 만들어 나눠 먹고 있는 쿠바 한류 동호회 ‘한국 미술의 우정 클럽’ 회원들. 맨 왼쪽이 안토니오 김 쿠바한인후손회 회장이다. /김미리 기자

'한국 미술의 우정 클럽' 쿠바 한류 팬들이 지난 4 만든 모임. 브리세이타 코스타(44) 회장은 "페이스북 페이지 가입 회원 수로만 보면 쿠바 전역에 1000,

아바나에만 200명이 있다" 했다. 인터넷이 거의 되는 쿠바 통신 사정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다.

미수교 국가라 한국 음식은 구경도 못해 쿠바 사람들이 김치에 빠진 이유는 하나. 한국 드라마다. "한국 드라마를 보면 김치가 나오더라고요. 정말 먹고 싶어서

안토니오한테 배웠어요." 이들의 '한식 선생님' 안토니오 (72) 쿠바한인후손회 회장. 김씨는 이민 3. 대구 출신인 김씨의 할아버지는 1905 멕시코로 이민 '애니깽'이다.

1921 쿠바로 다시 이민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했다. "아버지가 매일 김치, 고추장을 싸서 농장에 가시던 모습이 생생해요. 집에서 아직 김치를 만들어 먹고 있어서

회원들에게 알려줄 있었어요." 김씨가 스페인어로 말했다. 만두, 장조림, 불고기도 회원들과 같이 만들어봤다고 했다.

회원들은 한국 이름까지 가지고 있다. 마유미 올리바씨는 " 이름은 '전유미'입니다. 서른여섯 살입니다. 저는 비서이고, 판매원이고, 주부이고, 엄마입니다"라고 제법

인사를 한국말로 또박또박 이어갔다. 마르바라 수와레스(20·간호사) '최은미'라는 한국 이름을 기자의 수첩에 능숙하게 썼다. 한국 이름을 쓰냐고 통역을 통해

스페인어로 물었더니 한국말로 대답이 돌아왔다. "예뻐서요. 한국말 !" 생년월일을 넣으면 자동으로 한국 이름을 만들어주는 웹사이트를 활용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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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