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흘리며 웃었습니다. 끝까지 읽어보시고 즐거운 하루가 되시길 기도합니다!





웃음보 터진 방귀 부부


이병준

안녕하십니까? 부부Fun더하기 이병준입니다.

지인의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연말까지 차일피일 미뤄두었던 정기 건강검진에서 초기 위암이 발견되어 곧바로 수술을 했습니다. 
늘 건강해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위암수술을 했다는 것도 걱정스러웠지만 늘 티격태격 싸우거나 장기간 침묵전쟁을 벌이는 부부가 이런 일로 더 관계가 깨지지 않을까가 더 걱정이 컸습니다. 
우리 부부를 만날 때마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불만을 토로해 오곤 했었으니까 걱정될 만 했습니다. 
물론 그분들이 호소하는 문제라는 건 ‘불편’에 불과하여 어느 부부나 다 갖고 있는 것이요, 상담한다고 해서 풀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부부가 소리를 질러가며 싸우게 되는 요인은 남편의 방귀였습니다. 
아무리 정중하게 부탁을 하고 애원과 협박을 반복해도 그것만큼은 줄어들지 않았죠. 
참다 참다 인내의 한계점에 도달한 아내로부터 욕설까지 동반한 고함소리가 터져 나오면 좀 줄어드는가 싶다가도 그것도 금세 원점이 되고 맙니다. 
늘 미움의 대상이라 어떨 땐 어디 나가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남편의 방귀가 그렇게 반가울 줄 몰랐어요. 
그러다 막상 남편의 위암 판정을 들었을 땐 하늘과 땅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뒤집어지더랍니다. 
여자란, 특히 대한민국 아줌마란 묘해서 가족에게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뒤집어지는 일이 닥치면 남자보다 훨씬 침착해지고 대담하게 일을 처리하는 원더우먼으로 변신합니다. 
자신이 위암환자라는 사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편을 설득해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할 것을 재촉하고 자신이 아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어렵게 수술날짜를 잡았습니다. 
수술 이후 남편의 보호자가 되니 환자의 ‘방귀’가 시작되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라는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수술 이후에 방귀를 뀌게 되면 다시 장의 활동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요 회복의 반가운 징조란 것이었습니다. 
“하나님, 제발 우리 남편 방귀가 나오게 해 주세요” 라고 속으로 기도할 땐 방귀 나오게 기도까지 할 줄은 몰랐다며 웃음이 나왔다. 
드디어 그렇게 기다리던 남편의 방귀소리는 들리던 순간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왈칵 쏟으며 
“앞으론 당신 언제 어느 때건 방귀 실컷 뀌어. 앞으로 절대 잔소리 하지 않을 테니 말이야. 당신 수술실 들여 놓고 별의 별 생각이 다 드는데 
‘이 인간 이대로 못 깨어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 땐 정말 갑자기 앞이 캄캄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더라. 
누워 있는 당신 모습 보니까 든든해졌고. 당신이란 남자, 나에게 소중하다는 느낌을 이렇게 진하게 느껴본 적은 없었어. 
그러니 건강하게 살아서 매일 매일 방귀 뀌어 알았지?” 

방귀로 듀엣을 만들었어요. 
며칠 후 그 아내 분으로부터 카카오 톡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아침 식탁에서 남편의 방귀가 아니라 자기 방귀로 인해 온 가족의 폭소가 터졌답니다. 
방귀의 해방 선언 이후 남편은 식탁에서도 거침없이 방귀를 뀌는데 자신의 몸에서 가늘고 긴 방귀가 요상한 소리를 내면서 나와 버렸습니다. 
놀라서 멈추려고 애를 써는데도 그치지 않자 피식 웃음이 터졌고 웃을 때 아랫배에 힘들어 가는 것에 맞춰 방귀소리가 점점 더 커져버린 것이었습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엄마의 기괴한 방귀 소리에 아이들이 포복절도 했고 남편도 자기도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보니 또 웃음이 터졌습니다. 
웃음이 좀 잦아질 무렵,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너스레 떨기 좋아하는 큰 아들이 숟가락으로 만든 마이크를 잡고 외친 한 마디 때문에 온 식구가 눈물까지 흘리며 웃느라 그날 아침은 데굴데굴 굴렀답니다. 
“네! 오늘 여러분께서는 못 말리는 방귀 부부 듀엣의 판타~~~스틱한 연주를 들으셨습니다. 
조금 전엔 소프라노○○님의 주옥같은 아리아를 들으셨구요. 그 감동 덕분에 우리는 오늘 아주 누~~렇게 뜬 얼굴로 출근해야겠습니다. 
어제까지 아버지의 솔로방귀에서 드디어 오늘 듀엣 방귀를 듣게 되니 훨씬 더 풍성한 공연이 되었습니다. 
자! 앞으로도 계속 멋진 방귀 기대하겠습니다. 부탁해요, 방귀 부부!”

감사합니다.